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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자 송기호
제목 한·일 신경제
등록일 2019-10-08
조회수 36

[경향신문] 그의 답은 “기술”이었다. 지난 9월, 일본 출장길에서 본 일본 방송 프로그램에서 2019년 미스 저팬 쓰치야 호노카는 만일 세계 무대에 선다면 일본의 무엇을 자랑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머뭇거리지 않고 “기술”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본이 국토가 작고 자원도 적지만 다양한 분야에 뛰어난 기술자가 많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미인대회에 호감을 갖고 있지 않지만, 때가 때인지라, 기술이라는 낱말은 의미있게 다가왔다. 아베 총리의 무역 도발은 단지 상품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기술도 규제에 들어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필요한 회로 패턴을 제외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 공정에 사용하는 ‘불화수소’ 제조 기술도 무역보복에 포함되어 있다. 아베 총리는 이 기술도 개별 허가 규제 대상으로 만들었다. 잠갔다 풀었다 할 수 있는 상수관 수도꼭지를 만든 격이다.


일본의 무역도발 후 3개월이 지났다. 냉철하게 돌아보고, 국면을 전환해서, 국민의 민생을 섬기는 해결에 주력할 때이다. 한국 경제는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탈동조화라는 중대한 경제환경 변화에 놓여 있다. 한·일 신경제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에서 일본 기업들은 판결 결과에 승복할 생각이었다. 판결은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 법치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 판결의 이행을 막았다. 불법적 판결 불복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트위터에서 우쓰노미아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말했듯이 개인의 청구권이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인권법의 상식이다. 전 일본 총리가 썼듯이 피해자 청구권 문제가 한일기본조약으로 해결되었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 아베 총리는 한국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나라라는 프레임을 치밀하게 짜서 한국 때리기에 일관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인권 문제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의 지적은 일본의 언론 현실에서 일본 시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일본 최고 재판소가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중일조약으로 소멸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도 일본 국민은 잘 알지 못한다.


인권 문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일본 시민사회와 적극 소통해야 한다. 한국의 시민사회는 일본의 시민사회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아베 총리의 모순을 일본 사회가 더 잘 직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더 많이 일본을 방문하여 침략전쟁기의 중대 인권침해 사실을 일본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이 집행될 때를 대비하여, 일본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구제할 것임을 더 적극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그분들의 손을 마주 잡고 의견을 경청하고, 구제 방안을 의논하고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연한 인권 국가, 한국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일본 시민사회에 일관되게 발신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인권 문제 프레임을 강화하고, 그 틀 안에 아베를 가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민 경제의 입장에서, 일본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한·일 신경제를 모색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 경제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깊이 결합되어 있다. 한·일 경제협력은 가트와 세계무역기구 국제 분업 질서에서 두 나라에 유익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일본의 소재 부품기술을 활용하였다. 그리고 도쿄 일렉트로와 같은 일본의 장비 산업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의지하였다. 아베의 무역보복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한·일 경제협력이 가지는 국제 분업에서의 유익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국제 경제는 중대한 변화를 맞이하였다. 4차 산업혁명과 미·중 탈동조화에서 세계 경제 혁신은 중국과 미국의 두 권역을 중심으로 다원화될 것이다.


한국이 성공하려면 남북 평화경제와 함께 이 두 세계 중심 모두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두 개의 맞춤 열쇠가 필요하다. 여기에 일본 기술이 필요하다. 일본 기술의 특성은 단지 하이테크만이 아니라 매우 다양한 중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핵심적 원천 기술의 자립과 일본의 다양한 기술 활용이 둘 다 필요하다. 한·일 신경제는 일본 기술의 다양성 및 한국의 적응성과 민첩성이 결합하여 중국과 미국의 두 개별적 혁신 중심에 함께 접근하는 전략이다. 이는 일본 경제에도 유익한 길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가 아베 총리에게 돌아가라고 하는 상식은 한·일 신경제에 있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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