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위례시민연대

참여와 후원

기획특집= 위기의 송파꿈나무학교를 가다 세부내용 목록
제목 기획특집= 위기의 송파꿈나무학교를 가다
작성자 skngo
등록일 2009-02-26
조회수 4288
첨부파일 | 20090225125145.jpg

개발에 밀린 문정동 개미마을 공부방 아이들
[2009-02-25 오후 12:50:00]
  

  

  
절망의 최전선에서 희망을 일구는 전초기지




“이 문제 잘 모르겠어요”, “바다, 간식 먹어도 돼요”, “오늘 숙제 분량은 다 해야지” “고학년들 오늘 댄스수업 있는 거 알지? 열심히 배우고 와”

20일 오후 송파꿈나무학교(문정동 11-8번지 3층) 교실이 왁자지껄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생까지 2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 생활하는 송파꿈나무학교는 유치원도 학원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숙학원은 더더욱 아니다. 정답은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방과후 교육공동체인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는 주로 빈곤 지역의 아동들을 돕기 위해 풀뿌리 운동의 형식으로 발생한 공부방이 지난 2004년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의해 바뀐 명칭이다.

지난 1999년 12월 문을 연 송파꿈나무학교는 강남향린교회 선교원에서 판자촌 일대 교육 사업을 시작하면서 문정동에 위치한 개미마을 마을회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10년 전, 개미마을 내 송파꿈나무학교를 찾은 아이들은 50여명으로 대부분이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방치돼 외딴 섬에 살고 있었다.

유은진 센터장은 “처음 아이들을 만났을 때 대화의 90%가 욕이었어요. 아이들의 생활환경은 그야말로 배울 게 없었죠. 허구한날 어른들이 동네에서 욕하고 싸우는 곳에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건 욕밖에 없었겠죠”

송파꿈나무학교가 있던 문정동 개미마을은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훼미리타운 남쪽의 농지에 자리 잡은 비닐하우스촌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농사용 비닐하우스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와 살게 된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보호수급자·노인들로 하루 하루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이들의 삶의 터전이 바로 개미마을. 공부방을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들도 직업이 변변치 않았다. 일용직이나 가락시장에서 나물을 다듬어 판 돈으로 겨우 생활할 정도로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들 교육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그동안 사회에서 우선시 되는 것이 경제성장이었기 때문에 빈곤 지역 공부방과 공부방 아이들은 오랫동안 사회적 관심 밖에 있었다. 1997년 말 IMF 위기를 계기로 가족해체, 위기가족, 결식문제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공부방과 공부방 아이들은 사회의 관심을 조금씩 받게 된다.

그런 가운데 1999년 1월 19일 새벽 2시 문정2동에 위치한 화훼마을(장지동 610 일대)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했다. 이 화재로 비닐하우스 117동이 완전히 불에 타 사라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화전과 수돗물 등 기초적인 생활시설 설치조차 거부당하는 무허가 비닐하우스촌의 인권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고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그 당시 송파구청도 송파꿈나무학교의 안전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이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라에서 일부 전세자금을 지원받고 후원인들의 도움으로 현재 위치한 문정동에 전세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다. 이후 2005년 12월 국가시설로 인가받아 급식비 등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연간 1억원이 넘는 운영비 가운데 국가나 구청보조를 제외하고 4000~5000만원을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상황. 요즘 같은 불경기 땐 작은 후원이나 물품지원도 뚝 끊겨 살림살이가 빡빡하다. 최근 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송파꿈나무학교 이용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규정상 더 많은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어 대기자들이 많다고 한다.

송파꿈나무학교 20여명의 학생들은 방과 후 이곳에서 학습지도를 받고 고학년들의 경우 비싼 외국어학원에 비할 바 못 되지만 영어교육도 받는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은 전체 학생이 야외체험 학습이 있는 날. 교사들이 직접 만든 음식과 간식을 먹이고 댄스, 풍물, 도예, 만다린, 미술치료, 십자수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과 생활교육이 진행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송파꿈나무학교 선생님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미마을이 동남권유통단지 개발과 맞물리면서 마을 사람들 중에는 빚을 지고 임대아파트로 입주하거나 또 다른 빈민촌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아이들의 특별활동 시간에 이용하고 있는 개미마을 내 송파꿈나무학교도 문을 닫아야 할 상황. 학부모들과 교사, 그리고 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들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송파꿈나무학교 이전대책을 SH공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하는 답을 듣기는 쉽지 않다. 공부방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 아이들은 개미마을 개발이 끝나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유은진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이 협력해 빈곤가족들이 힘을 내고 내일을 준비하게 돕는, 절망의 최전선에서 희망을 전달하는 전초기지”라며 “빈곤아동과 가까운 곳에서 내 집처럼 편안하게 아이들을 반겨주고, 힘들 때 지지해주고 아이들의 부모같은 선생님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곳인데 개발에 밀려 아이들의 꿈터가 사라지게 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송파꿈나무학교 한 운영위원은 “지역아동센터 공간 확보를 위한 전세자금지원이나 주민자치센터 등의 공공기관을 무상임대 하는 것이 정 어렵다면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지역아동센터 살리기에 국가와 구청, SH공사가 동참했으면 좋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재개발 지구 내 사회복지시설이나 문화교육시설 등의 공공시설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지역아동센터는 2810개로 집계됐다. 할머니와 살고 있는 아이, 부모가 이혼한 아이, 학원비가 없는 아이, 급식비가 없는 아이 등 우리 사회가 안고 품어야 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꿈터가 돼 주고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빈곤해결의 장에서 사회보호책임주의 실천의 장으로 거듭나는 데는 국가와 구청,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강현숙 기자 khs@dongbunews.co.kr

2009년 2월 25일 715호

지역소식 전,후 글목록
이전글 행사변경 통보안하면 공무원 행동강령위반(?)
다음글 서울시, 신중론 외면 뉴타운 강행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