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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이전 불가” 꿈나무 꺾는 재개발 세부내용 목록
제목 “공부방 이전 불가” 꿈나무 꺾는 재개발
작성자 skngo
등록일 2009-05-08
조회수 3838

송파구 ‘개미마을’ 공부방
SH공사 “보상대상 아냐”


  

  

» 서울 송파구 개미마을의 ‘송파꿈나무’ 등의 방과후 공부방 교사와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에스에이치(SH)공사 앞에서 공부방 이주대책을 촉구하면서 연 집회에서, ‘송파꿈나무’의 한 어린이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 ‘송파꿈나무’

  


  
“나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부순다고 해서 떠밀려 나간 건데 왜 우리 학교는 같이 가면 안 되죠?”
김태곤(21)씨는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에스에이치(SH)공사에서 추진한 ‘송파구 문정동 도시개발’ 탓에 15년 가까이 살던 곳을 떠나 임대아파트인 송파구 장지동 송파파인타운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삶의 일부인 방과후 공부방은 함께 옮겨가지 못했다.

‘개미마을’의 토박이인 김씨한테 공부방은 아주 특별한 곳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그곳에서 꿈과 희망을 키웠고, 지금은 교사로서 초·중등학생 61명을 돌봐주는 무대이다. 개미마을은 송파구 문정2동 올림픽훼미리타운 남쪽에 자리한 비닐하우스촌으로, 1980년대 말부터 도시 빈민들이 비닐하우스에 하나둘 들어오면서 마을을 이뤘다.

7살 때인 1995년 김씨는 개미마을로 이사왔지만, 홀로 살림을 꾸리던 아버지는 그를 제대로 돌볼 수 없었고, 개미마을의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방치됐다. 그런데 수돗물 문제와 아이들의 학교 배정 문제로 시작된 ‘주소지 찾기 운동’을 하러 모인 시민단체 등은 1999년 ‘송파꿈나무’라는 방과후 공부방을 열었다. 초등학교 5학년때 공부방을 만난 김씨는 자원봉사 선생님에게 수업도 받고 동아리 활동도 하며 꿈을 키웠다. 그는 어느덧 대학을 졸업해 이젠 공부방의 사회복지사로 아이들의 울타리가 돼 주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늘자, 2006년 공부방에서는 초등부를 ‘송파꿈나무’로, 중등부를 ‘무지개빛 청개구리’로 나눴다.

하지만, 현재 공부방은 개미마을 철거를 앞두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06년 12월 근처 일반 주택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으나, 전세금 부족으로 언제 이사 가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내몰렸다. 개미마을 아이들이 이사 간 임대아파트에서도 걸어서 20분 넘게 걸린다. 김씨는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선 아이들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개미마을 아이들이 있는 임대아파트 주변에 우리 공부방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 쪽은 주거자도 아니고, 영리 행위를 한 것도 아니라며 공부방 이전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황기룡(41) 공부방 운영위원은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는 ‘선진 주거복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데 주거복지란 좋은 집만 뜻하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민의 생활·문화 공간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에이치공사 보상지적1팀 관계자는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보상 책임이 에스에이치공사에는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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