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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층 기부가 중요한 이유[국민일보] 세부내용 목록
제목 지도층 기부가 중요한 이유[국민일보]
작성자 skngo
등록일 2014-04-17
조회수 3262
[시사풍향계-김통원] 지도층 기부가 중요한 이유
  
입력:2014.04.17 02:28

“보편적 복지 구현하려면 국가 재정만으론 한계… 기부 등 민간부문 참여 필수”

구한말 서양 선교사들이 테니스 치는 것을 보고 우리의 고관대작들은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행위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저렇게 힘든 일을 머슴에게 시키면 되지 상전이 왜 직접 하는가 하고 의아해했다고 한다. 물론 그 당시 서양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낮았고 여가활동에 대한 관점이 동서양 간 차이점도 있었겠지만, 우리의 지배계층이 ‘관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념적 성향은 개인적 수준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행정관료나 정치인들이 민생 현장의 서민들 고충을 직접 체험하거나 공감하지 않고, 책상에서 펜대만 쥐고 있거나 마이크 앞에서 말의 성찬만 늘어놓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최근 우리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직도 관념적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나왔다. 한 시민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 또는 공공기관장 171명 중 54명(32%)만 기부한 경험이 있으며, 최근 3년간 연평균 100만원 이상 기부자는 18명뿐이라고 한다. 국무총리의 기부 실적이 월등히 높아서 그나마 위로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인색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기부와 자원봉사를 강조해 왔다. 심지어 전담 부서와 직원까지 두고 추진해 왔고 상당한 성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 기부 측면에서는 공직자 대부분이 아직도 나눔의 문화가 내면화되지 못하고 관념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공직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임원이나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자, 그리고 고액 재산가들이 우리 주위에 수적으로 많아졌고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여력이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진 자들이 기부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구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부행위가 유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자기 자신만 살아남는 법만 배웠지 이타성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심한 생존경쟁에서 더불어 살기보다 혼자 살아남기에 익숙한 것이다. 둘째, 어릴 때부터 헌신해본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부나 자원봉사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묘미를 알고 더 많이 지속적으로 한다. 기부도 훈련인데 그동안 제대로 배워볼 기회가 없었다.

셋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도가 낮기 때문이다. 처지와 입장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정서는 너무 메말라 있다. 그래서 혈연적 가족의 복리에만 집착하지 지역공동체의 약자에 대해 배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넷째는 우리 사회가 지나친 물질주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빵만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 아파트와 비싼 외제차를 소유하는 것도 좋지만 자족하는 마음이 때로는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고 더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잊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부와 관련한 세제 등 제도적으로 아직 많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는 기부와 관련한 세제 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 승진 때 기부금을 얼마나 냈는지 자료를 요구한다. 우리도 이제는 선거 출마자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기부와 자원봉사 실적을 공개하는 것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 나아감에 따라 복지 수요는 큰 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이제 시작 단계여서 백화점식으로 나열만 되었지 그 실효성 측면에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100조원이 넘는 복지재정조차 정치권의 부질없는 ‘복지의 정치화’로 효용성이 반감되고 말았다.

진정으로 보편적 복지가 구현되려면 모든 국민이 복지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모든 복지를 국가 재정만으로 할 수는 없다. 기부 등 민간 부문의 참여는 그래서 절실히 필요하다.

김통원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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