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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2년 반을 돌아보다
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73

지난 11월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이 있었다. 내용과 형식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고 앞으로 대안 제시도 없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문제점을 드러냈다. 또 최근에는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그간의 많은 문제가 계속 드러나면서 정권의 존립을 위협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상황이기도 하다. 민생경제는 계속 악화하며,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돌아보고자 한다. 

 

상식과 공정
집권 초부터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해, 무속, 비용, 업체 선정 논란이 있었다. 미국 정보기관이 용산 대통령실을 도청한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여왕 장례식에는 갔으나 정작 조문은 못 했다. 미국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1분도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회의장을 나오다가 거친 말을 내뱉어 ‘전 국민 듣기 평가냐?’는 조롱을 들었고, 심지어 이를 보도한 언론사들을 탄압했다. 참고로 최근까지 대통령실과 정부, 관변단체는 MBC에 대해 무려 23차례 법적 대응을 했으나, MBC가 모두 승소했다.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때는 미흡한 대처와 책임 회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왔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은 국회에서 특검법까지 통과되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박정훈 대령 재판만 진행 중이다.  
정권 고위직 인물들의 부적절한 임명이나 발언, 행동에도 큰 문제들이 있었다. 이종섭 국방장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건, 줄 이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및 사퇴,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언행, 감사원 장악 문제, 육사 내의 독립운동가 흉상 문제,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요 기관장 임명 등이 그러한 사례다.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취임 전부터 허위 이력, 논문 대필, 주가조작 문제가 있었다. 그러다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문제, 명품백 수수, 국정개입, 공천개입 녹취 파일이 연이어 터지면서 현재 정권을 흔들고 있다. 
집권 여당은 내분에 휩싸여 있고, 대통령 지지율이 말해주듯이 상식과 공정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평등
윤 대통령은 ‘4대 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을 하겠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 그런데 대책 없는 의정갈등으로 위급한 시민이 응급실을 전전하도록 만들었다. 여야가 연금특위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어렵게 마련한 개혁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반노동적 인물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며 노동조합을 적으로 만들었다. 교육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 참사’를 초래했던 인물을 자리에 앉혔다. 
대통령은 ‘4대 개혁’이란 것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모른다. 공무원들을 다그친다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었으면 이전 정부에서 이미 성과를 냈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는 아무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주의해야 한다. 국정을 운영하는 핵심 집단은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확실한 생각 즉, 자신들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정치 경험과 국정에 대한 식견이 없는 ‘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면서까지 집권하려 했던 이유다. 생각이 없는 것은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니다. 우리가 대통령 부부에 대한 논란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구분해서 보아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생각이 있다. 한국을 재벌, 고위관료, 정치인, 학계, 법조계, 언론계, 종교계, 군경 고위층과 이들의 일을 집행하는 전문가 집단이 원하는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깨고, 대규모 부자 감세를 단행하며, 저항할 수 있는 집단은 공권력을 동원해 무력화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만의 자산과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산,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간 불평등’도 심각하다. 부유한 이들은 차고 넘치는 여가를 누리지만 가난한 이들은 분 단위로 일상에 쫓긴다. 가사와 일을 병행하는 가난한 이들 특히 여성은 더욱 시간에 쫓긴다. 이에 따라 사회문화적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상식과 공정과 연결되어 전례 없는 대규모 시민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평화
오직 이윤을 숭배하는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인간과 자연에 대해 약탈적인 이윤 추구를 하며, 제국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온갖 악행과 전쟁 가운데 우리가 있다. 이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의도적으로 평화를 깨뜨리고 있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동조하여, 한반도와 아시아 평화가 위협을 받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우크라이나 지원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불러올 것이다. 운석열 정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역사가 왜곡되는 것은 이를 진행하기 위함이다. 

 

남북의 평화로운 공존은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를 선린 호혜로 바꿀 때만이 가능하다. 평화협정 체결과 조미, 조일 수교가 이루어지도록 한국 정부가 움직여야 한다. 냉전적인 사고방식으로 대북 적대 정책을 고집하면 갈등과 긴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생태
올해 여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로 한국에서는 공식 통계로만 8월까지 30명의 사람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고, 120만 마리의 가축과 2700만 마리의 양식 어류가 폐사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에서 수년째 폭염과 폭우, 가뭄과 산불, 폭설과 한파를 동반하며 지구의 생명체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바다와 땅, 자연 속의 생명이 얼마나 많이 사라지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 기후는 그간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재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 장마, 가뭄, 산불은 이제 일상이 되었고, 농작물과 어획물의 변화는 우리가 식탁에서 느끼는 바대로 이미 크게 변했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사회경제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시점인데도, 재벌, 관료, 정치인, 언론 등은 화력발전과 핵발전을 유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는 한국을 대표적인 ‘기후악당’국가라 부른다. 


당장 한국에서도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쪽방의 노인들, 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에 사는 이들, 낡은 건물의 세입자들, 땡볕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농민들, 비닐하우스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그러하다. 또 세계 곳곳에서는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난민이 크게 늘어나고 식량란이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평등, 평화, 생태가 시대정신이다. 
2년 반 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필자는 뉴스레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 남북 및 동북아 평화체제를 만드는 것, 생태사회로의 전환을 이루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이 세 가지는 우리의 일상을 모든 면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에 대한 완벽한 역주행, 이것이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가 보인 모습이다.


2016-2017년 우리는 박근혜 탄핵을 통해, 선거로 선출된 누구라도 헌법과 법률을 위배하면 주권자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 그리고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구축과 통일이 우리가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것임을 알았다. 또 2020년 코로나 이후 미세먼지가 사라지는 경험을 통해 생태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다. 
시민들이 이런 귀중한 경험과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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