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의’가 의제가 되지 못한 총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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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269 | |
총선 직후인 4월 14일 갑자기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왔다. 이날 강원 영월과 정선 32.2도, 경기 동두천 30.4도, 서울 29.4도 등 곳곳에서 기상관측 이래 4월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우리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벚꽃, 목련, 라일락, 철쭉 등을 동시에 보게 되었다.
지구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고 있다. 지구 표면 온도가 10개월 연속 월별 최고치를 경신했다. 4월 9일, 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3S)’는 3월 지구 표면 온도가 14.14도로 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한 3월이었다고 밝혔다. 해수면의 온도는 12개월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가뭄, 폭우, 산불, 혹한, 폭설을 교대로 겪은 유럽, 미국, 캐나다는 올봄에 계절에 크게 앞서 봄꽃이 만개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은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브라질과 페루 등 남미 전역에는 모기가 전파하는 뎅기열이 창궐하여. 환자 수가 연일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다.
발표에 의하면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58도나 높아졌다. 많은 과학자가 경고한 1.5도를 이미 넘은 것이다. 현 인류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를 경험하는 중이다. 이제 인류는 기후위기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어서, 그간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지의 재앙, 무서운 말이다.
필자는 지난 호 뉴스레터에 ‘전체 유권자의 1/3이 기후위기에 관심, 총선 결과에 결정적일 수 있다’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전국 17,000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후위기 국민 인식조사’ 결과 때문이다. 즉 조사 결과, 전체 유권자 중 33.5%가 기후위기에 대해 관심이 높고, 기후위기 의제에 반응하는 이른바 ‘기후유권자’였기 때문이다. 즉 기후위기 대응, 산업구조 전환, 불평등 구조 개선 등 ‘기후정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모든 의제가 ‘정권심판론’에 묻혔다. 후보와 정당들은 ‘기후정의’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총선 결과 제1, 2, 3당이 된 정당들은 정책이 소극적이거나 매우 미약했다. 상대적으로 나은 정책을 제시한 소수정당과 후보들의 목소리는 거센 흐름 속에 묻혔다. ‘금값’이 된 사과 문제도 기후위기를 대표하는 것이었는데, 단지 정권의 실정에 묻혔다.
그런데 후보와 정당들은 선거 때 당선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그들은 많은 득표를 하기 위한 방법과 메시지 전파에만 주력한다. 그래서 많은 의제 중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을 키우고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후보들 및 정당들에게 전체 유권자의 1/3인 기후유권자의 목소리를 모아 후보들과 정당들을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 일은 시민사회의 몫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힘이 매우 미약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 기후정의는 중요한 의제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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