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전쟁 먹구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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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변호사) | view : 243 | |
“왜 왔느냐? 조선을 아이스크림 야금야금 핥아먹듯 삼키려 왔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자가 2006년 개성공단에서 대한민국 관계자에게 자주 했다는 말이다. 불현듯 그 말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에서 다시 증폭되어 뼛속을 때린다.
작년 마지막 날, 북한은 조선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발표하였다.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신년사로 평가받는 중대한 문건이다.
위 결정서에서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권이 10여차례나 바뀌었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 기조는 추호도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북한의 제도와 정권을 붕괴시키겠다는 야망은 민주를 표방하든, 보수의 탈을 썼든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한다. 남북관계는 동족관계가 아니고,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고 말한다.
우리 한국 사회는 이 말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특히 북한의 분류에서 ‘민주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하는가?
나는 북한의 위 분류로 보면, ‘민주를 표방하는’ 사람이다. 나는 2019년 민주당 정부 시절, <남북 신통상,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한국 사회는 북한이 변화해야 한다고 겉으로 말할 뿐, 북한이 실제로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래서 나부터라도 북한의 선택과 변화를 보려고 했다. 특히 법치의 관점에서 한국이 북한에 어떠한 선택지를 주었는지를 연구했다. 나는 위 책에서, 민주정부 시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북한 삼일포 협동조합 남북 공동 영농과 개성공단의 경험을 정리하였다. 법치의 관점에서, 한국이 북한에 어떠한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하였고, 북한이 실제 어떠한 선택을 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썼다. 그리고 역시 민주당 정부 시기다. 2020년, 바로 이 경향신문 칼럼에서 한국 변호사들이 평양의 대표적 변호사 사무실인 ‘룡남산 법률사무소’의 누리집에 접속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하였다. 나는 이렇게 썼다. “북한 법치를 북돋으려면 북한을 알아야 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중략) 한국은 70년 가까운 기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해 왔다. 북한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연구할 모든 길을 막아 놓았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하였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중소기업인의 처절한 외침은 철저하게 외면당하였다. 민주당 정부에서의 일이다. 그리고 노태우 정권이 1992년에 시작한 작전통제권 환수마저 완수하지 못하였다. 한국 헌법이 천명한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자주국방을 민주당 정부는 완성하지 못하였다.
나는 2019년의 위 책을 빌려, 북한을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인민의 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나라의 자주는 무의미하다.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나라의 자주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북한을 흡수통일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족상잔의 참화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민족적 염원은 한국 헌법에 ‘평화적 통일’로 거듭거듭 압축되어 있다. 통일은 지정학적 위기 해결을 위하여, 그리고 남과 북 사람들의 사는 문제 해결을 위하여 필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평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다.
한반도 핵전쟁의 먹구름을 피하려면 민주개혁세력은 당당하게 국민의 통합과 단결을 추진해야 한다. 남북이 동족관계가 아니라는 북한 노동당의 결정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지 못한 것이다. 동시에 지난 민주당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이다. 뼈아프다.
윤석열 정권은 강대국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친중·친북외교라 폄하하며 안보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무능과 위선을 감추기 위해 국민과 야당을 공산전체주의로 몰고 있다. 나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쓴 글, ‘광복 70주년, 동북아 모범국가 한국을 구상한다’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방법은 대한민국이 민주와 법치 모범국가로 되는 것이라고 제창했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북한에 의미있는 여러 선택지들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끊임없이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길밖에 없다.
*경향신문 2024.01.02. 기고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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