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사회 ‘노동 문제’를 돌아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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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view : 257 | |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법원이 쌍용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회사에 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성금을 담아 해고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운동이 일어났는데, 당시 제주에 살던 가수 이효리씨가 시민단체에 돈을 보내며 함께 부친 편지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10년간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기업의 노동자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손해배상 청구 행위를 비판하며, 국회 청원, 청와대 청원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나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 문제는 2003년 두산중공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파업으로 저항하다 징계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하자 故배달호씨가 목숨을 끊은 때부터 사회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었으니 실은 20년 된 문제다. 당시 배씨의 나이는 50세, 통장에는 2만 5천 원이 전부였다).
그러다 드디어 올해 11월 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의 별명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쟁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 법은 일부 잘못 알려져 있듯이 노동자들에게 아예 면책권을 주는 법이 아니다. 쟁의 중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는 해당 불법행위에 노동자가 관여한 정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도록 했다. 다만 노동자의 ‘신원보증인’이 보통 가족인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면책하는 내용이 포함됐을 뿐이다. 손해배상에 따른 부담으로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이 위축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다. 따라서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이 개정안이 노동자의 권리 보장에는 매우 모자란다고 비판했지만 여야 합의 및 국회 통과를 위해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알다시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폐기됐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애초 더 큰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시절 180석의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았던 이 법을 개정하지 않았던 점이다. 결국 최근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표를, 정부 여당은 기업인들의 표를 의식하여 각각 행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매일 언론에 보도되는 인명 사고가 그것이다.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는 2022년에 2223명인데, 874명은 사고로 1,349명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용노동부가 8월 30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산업재해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재해 사고사망자는 289명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사고사망자가 147명, 제조업 사고사망자는 81명, 기타 등이었다. 규모별로는 50인(억) 미만 사고사망자가 179명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억) 이상 사고사망자는 110명이었다. 중소기업이 더 취약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2024년 1월 27일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이 법의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한편 50인(억) 이상 사고사망자와 사고 건수는 제조업에서는 전년 대비 모두 감소한 반면, 건설업과 기타업종에서는 크게 늘었다. 특히 대기업 건설사의 중대재해는 매년 증가 추세다. 이는 건설업 특히 대기업 건설사의 안전불감증과 하청-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12월 7일 고 김용균씨 사고와 관련해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사건 이후 5년 만의 판결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전이었지만 기존 법률로도 충분히 원청에게 죄를 물을 수 있고, 물어야 했던 사건이었다.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직접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고 보고를 받았고, 또 많은 안전사고가 이미 있었음에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원은 이를 바로 잡아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한편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재해로서 중대산업재해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한 재해를 가리킨다. 올해 일어난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 청주 오송 지하차도 사건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절대다수 보통 시민들은 사회의 재해로부터 자유롭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다. 올해 9월 26일 ‘택시 완전월급제 도입’을 외치며 서울 양천구 해성운수 앞에서 분신한 뒤 10월 6일 숨진 택시노동자 故방영환씨(55세) 사건이 있었다.
왜 방영환씨는 분신을 했을까?
방씨는 올해 2월부터 해성운수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그의 요구는 월급제 준수, 체불임금 지급, 사주 등 책임자 처벌이었다. 그러다가 9월 스스로 삶을 놓았다. 방씨는 법을 어기는 회사와 부당노동행위와 범죄 행위를 관리 감독하고 수사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 고용노동부, 경찰 등 기관에 절망했을지 모른다. 억울함을 말하고 진실을 외쳐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무력감, 이미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절망했을지 모른다.
결국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노력과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해성운수 정모 대표(51세)는 근로기준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모욕,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12월 18일 구속기소됐다. 또 정 대표는 방씨가 숨진 지 1달도 되지 않은 11월 3일 자신보다 20살이 많은 직원 ㄱ씨(71)를 구타했다. 정 대표로부터 구타를 당한 ㄱ씨는 전치 4주 이상의 안와골절상을 입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정 대표는 사건 이후 ‘아무런 책임도 미안한 감정도 없으며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도 없다’는 등 일말의 반성도 하지 않았다”며 “방씨 사망 후에도 다른 노동자를 구타하는 등 폭력성과 노동자 멸시 성향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동료들이 강서구청 사거리 길바닥에서 이 추운 날 ‘완전월급제 이행! 택시노동자 생존권 보장!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택시노동자의 분신은 1986년 부당해고에 맞서 故변형진씨가, 1987년 노조 탄압 중지를 요구하며 故이석구씨가 세상에 호소한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오늘 다룬 위의 3가지 외에도 노동 부문에는 시급한 현안이 많다. 지면 관계상 더 쓸 수 없을 뿐이다. 생명, 안전, 노동의 문제는 국가와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다. 재해와 노동자탄압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 경제활동인구의 절대다수가 노동자, 자영업자이다.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자리바꿈을 자주 한다. 또 그들의 자녀 절대다수가 노동자, 자영업자가 된다. 따라서 노동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 제도를 개선하고, 제대로 관리 감독하며, 또 미리 사건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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