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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가 한동훈에게 원하는 것
송기호(변호사)  |  view : 284

현재 약 3263억원이다. 2년 후면 약 3644억원이다. 현재의 국제법적 상태에서, 대한민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지불해야 할 의무가 있는 배상금이다. 불과 지난해 8월 법무부가 패소 판정을 받고 국민에게 알린 배상금 규모는 2800억원이었다. 한국이 론스타 판정 무효신청을 했다고 해서 론스타에 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국제법적 의무가 사라지거나 중단되지 않는다. 론스타 사건 판정은 살아 있다. 판정문은 유효하다. 원리금은 계속 늘고 있다. 다만, 강제집행이 중지돼 있을 뿐이다.

 

만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판정 무효신청 절차가 앞으로 3년이 걸린다면, 그리고 판정 무효가 나오지 않는다면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400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애초 론스타 판정이 나오는 데 약 10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4000억원대 배상금 염려는 기우가 아니다.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서 한국으로부터 제공받은 국제중재 회부 특권을 이용해 국제중재 절차 개시를 통보했던 수신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였다. 그리고 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부를 거쳐 한국 패소 판정이 나왔다. 그러기에 앞으로 무효신청 절차가 끝나는 데에 3년이 걸린다면 4000억원대 배상금에 이를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게 된다.

 

이렇게 4000억원대 배상금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고금리 사태가 있다. 론스타 판정문은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로 지연 이자를 계산하도록 했다. 그것도 ‘복리’로 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미국 금리가 치솟고 있다. 현재 미국 1개월물 국채금리는 5.53%이다.

미국의 고금리는 미국의 경제 회복을 반영한다. 동시에 이는 한국 원화가치의 약세, 그러니까 고환율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금리는 높아지고, 한국 원화가치는 떨어지면서 4000억원대의 론스타 배상금이 현실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론스타는 바로 이런 고금리를 노리고 있다. 고금리는 시간을 큰돈으로 환산해 론스타의 지갑에 넣어 준다.

 

4000억원 배상금의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가? 필자는 지난해 8월 론스타에 배상금을 물어주어야 한다는 판정이 나왔을 때부터 이를 인정하자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제법을 위반해 한국에 배상금을 물게 한 당시 금융당국 책임자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경영권을 취득해 이득을 본 사람들이 배상금을 지급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동훈 법무장관은 ‘충분한 승산이 있다’며 오로지 무효신청을 고수했다. 론스타에 수천억원대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싶은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만일 한국 정부가 이러한 국민의 의사를 진정으로 받들려 했다면, 애초 국제중재회부특권(ISD)을 외국인 주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는 나의 오랜 주장이었다. 나는 일관되게 외국인 주주 특권을 반대했다. 외국인 주주가 한국 정부로부터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면 한국 법정에서 다투면 된다. 외국인 주주라고 해서 외국의 국제중재에 한국을 회부할 특권을 주는 것은 불공정할 뿐 아니라, 한국 사법 질서의 통합성을 저해한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에게 국제중재회부특권을 부여해 주었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외국인 주주에게 배상금을 물어줄 수 없다고 말한다. 유감스럽게도, 한 장관이 말하는 ‘충분한 승산’은 국제판례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의 법무부가 발표한 무효신청 사유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중재무효 절차에서는 인과관계와 같은 실체적 쟁점을 판단할 권한이 없다는 게 확고한 판례(CMS 대 아르헨티나 판례)이다. ICSID 중재무효 특별위원회는 원판정부의 심리 결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권능 자체가 없다.

 

도대체 한 장관이 말하는 판정무효 절차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판을 다시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ICSID 조약에서 따로 정해 놓은 판정무효 사유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판단한다. 중재판정부가 잘못 구성되었다든지, 판정문에 이유를 쓰지 않았다든지, 중대한 절차를 위반하였다든지 하는 특별한 무효 사유가 있는지만을 판단하는 것이다. 한 장관의 희망처럼 판정이 무효가 된다고 해서 론스타 사건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니다. ICSID 협정에 의해 다시 새로운 론스타 중재가 시작된다.

 

이제라도 한 장관은 ‘충분한 승산’의 구체적 내용을 국민에게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그가 아직 법무부 장관일 때 4000억원대의 배상금을 물어줄 염려를 하는 국민은 그로부터 보고받을 권리가 있다.

 

 

*위 글은 경향신문(2023.10.10.) 정동칼럼 기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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