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오염수 독자 평가 포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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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호 (변호사) | view : 319 | |
해양수산부는 2021년 8월 영국 런던에 있는 유엔 국제해사기구(IMO)에 공문서를 보냈다. 제목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능 폐수 방출 결정에 대한 우려’였다.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유엔 기구도 일본의 방사능 폐수 방출은 이웃 국가들의 안전과 해양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공표했다. 한국이 채택한 공식적 용어는 ‘방사능 폐수’였다. ‘radioactive wastewater’라는 영어 원문은 김영석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논문에 잘 소개되어 있다.
불과 2년 전이다. 이 유엔 기구 공문서에서, 한국은 일본의 방사능 폐수 방출은 ‘런던의정서’ 위반이라고 문제 제기를 했다. 런던의정서란 폐기물 투기로 인한 해양 오염 방지협약 의정서를 말한다. 의정서는 ‘모든 오염원’으로부터 해양환경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했다. 특히 1993년 11월에 열린 런던 협약 당사국 회의에서는 저준위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모든 방사성 폐기물의 해양투기를 금지했다. 당시 일본은 어떻게 답변했는가?
김영석 교수의 논문에 의하면, 일본은 런던의정서 적용 자체를 피하려고 했다. 일본은 오염수 방출이 ‘육상 시설’에서 나온다고 항변했다. 해양에서 버리는 것에만 런던의정서를 적용하므로 오염수 방출은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해양에서 이루어진다. 오염수를 배출하는 해저 터널을 만들어 해안에서 1㎞ 떨어진 곳에서 방사능 폐수를 방출한다. 해양에서 인공 구조물로부터 오염수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런던의정서 적용 대상이다. 일본의 방사능 폐수 투기는 런던의정서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 해양수산부는 해양 생태계와 국민 건강을 꼼꼼하게 지키려는 치열한 접근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과거’가 됐다. 지금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시대이다. 원안위 책임자가 오염수 시찰단장을 맡았다. 20명의 시찰단 중 해수부 관련자는 1명밖에 없다. 나는 2021년 4월, 원안위에 오염수 안전성 독자 평가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방출 결정을 한 때였다. 끊임없이 요구했다. 방사능 폐수 투기가 한국 해양 생태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자체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자적인 자료와 분석 결과가 있어야 국제법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안위는 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지난 17일, 나에게 정보 부존재 통지를 했다. 해양 생태계와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평가 문서는 없다고 답변했다. 문서 제목에 ‘부존재’라고 썼다. 시찰단이 일본으로 떠나기 며칠 전에 벌어진 일이다. 충격적이다. 원안위는 지난 2년 동안 독자적 안전성 평가를 포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를 기다리는 일만 했다. IAEA의 최종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기구 뒤에 숨겠다는 것이다.
독자적인 위험평가 자료가 없으면, 어떠한 국제법적 권한도 무용지물이다. 한국의 두 손에 IAEA 자료밖에 없다면 한국은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없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원안위 책임자가 오염수 시찰단장을 맡았다. 원안위가 지금 시찰에 나선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IAEA가 일본의 투기를 승인하는 최종 보고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IAEA와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서이다. IAEA의 뒤를 따라다녀서는 안 된다. 일본은 30년 동안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하지만, 아직 원전 격납고 자체를 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50년, 60년간 방출될 것이다. 이러한 끝없는 방출이 방사능 폐수의 퇴적으로 이어지고, 다시 해양 생태계에 축적될 위험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해야 한다. 원안위는 독자적으로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국제법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상황 평가와 예측에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의무(조기 통지 협약)가 있다. 원안위에 거듭 요구한다. 방사능 폐수 방출 영향을 독자적으로 분석하고,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독자적 자료를 확보해야 국제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독자적 안전성 평가 자료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한국의 권한이다.
일본에 국제법을 지키라고 말해야 한다. 유엔 해양법 협약에 따라 일본은 방사능 폐수 투기를 방지하는 데 필요한 다른 조치를 취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즉 다른 수단이 있다면 방사능 폐수 투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이웃 나라에 공해를 유발하거나 확산시키지 않아야 할 국제법적 의무(194조)가 있다. 2021년 해수부가 그랬듯이 일본에 치열하게 외쳐야 한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23.05.24. <정동칼럼> 기고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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