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 박정인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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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권과 세상 7] 그들의 존재를 누가 감히 불법이라고 말하는가 |
등록일 | 2019-12-14 |
조회수 | 7090 |
인권과 세상 7 그들의 존재를 누가 감히 불법이라고 말하는가
박정인(해인예술법연구소장,법학박사,단국대 IT법학협동과정 교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르 12,31) 이주민과 병자, 난민 등의 지위는 영원히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라는 집단에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외롭게 하고 그들을 멸시하며 차별하는 것은 우리 안의 부끄러운 우월감 때문이다. 모든 지식은 나누어 써야 한다. 의료에 관한 한 예외는 아니다. 2018년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6만 7607명이다. 결코 작은 수가 아니고 이 중 미등록 이주자(불법 체류자)는 35만 5126명이다.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국내 체류 외국인, 그 중에서도 불법체류자의 인권은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고 그중 중요한 것은 의료 서비스이다.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되는 것은 너무나 간단하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많은 불법체류자가 관광으로 와서 한국에 눌러앉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불법체류자는 이주 노동자들의 신분에서 너무도 간단하게 고용주에게서 해고당하는 방법으로 불법체류자의 신세가 된다. 2004년 8월,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이주 노동자들이 최대 4년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모든 결정권이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를 기계로 거의 취급하며 노동력 제공의 대상으로서 4년 10개월을 알뜰하게 활용한 뒤 그들은 대부분 연장없이 비자가 끝나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그들의 4년 10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든 말든 비자는 박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고용주의 동의 없이 회사를 옮기면 비자를 박탈당하여 추방되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의 부당한 대우와 차별은 그저 감내하여야만 하는 “사장님 나빠요” 수준에서 머물러 왔다. 보건복지부는 외국인 근로자 의료서비스지원사업을 하여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와 같은 의료보장제도에 의해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진료비 90%를 지원하고 있지만 국내 체류한지 90일이 넘어야 하고 질병이 국내에서 발병했다는 의사 소견서와 사업장에서 근로했거나 근로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하며 여권, 외국인등록증, 여행자증 등 신원 증빙도 명확히 하여야 하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의료서비스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되어 왔다. 이와 같이 법에서 보호되지 못하는 불법체류자 등은 예리코 클리닉(춘천교구 가산성당)과 같은 종교후원단체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왔다. 한국의 땅에 도착한 이주노동자의 운명은 100년전 한반도의 운명과도 퍽 닮았다. ‘과부마음은 과부가 안다’는 속담과도 같이 피부색은 달라도 의료사각지대에서 아픈 이들의 고통에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공감능력은 이 땅의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가질 수 있다. 고용허가제를 개선하여 동종업계의 노동이전을 수용해주는 노동허가제로 개정하여 불법체류자를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예리코 클리닉 같은 의료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을 지원하자는 말은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일까. 국내 열악한 노동환경을 도우러 온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결코 동정이 아니라 사마리아인법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한다. 이것은 이 땅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존중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마리아인은 자기가 돕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별하며 돕는 것이 아니다. 노동을 고용주가 인정하면 이주노동자이고 고용주가 불인정하면 불법체류자, 살아있는 모든 자들은 쉬어가야 하고 병약하면 고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의 존재를 누가 감히 불법이라 말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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