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 심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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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시] 숯의 일기 |
등록일 | 2019-10-23 |
조회수 | 4069 |
숯의 일기 심우기
떨어지는 빗방울에 불똥이 튀고 간간이 천둥소리가 난다 매운 연기를 기르는 부엌 뒤 광으로 몰려가 눈물로 눈을 닦아내는 동안 아궁이엔 불이 붙고 화로엔 불씨가 태어난다
곡기 여남은 며칠 끊는다고 질긴 생이 끊어지지 않는다 기침하듯 그을음이 나온다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앞 머리카락이 꼬실라 드는 동안 축축한 등허리에 물기가 김으로 올라간다 검댕이 위로 흰 재가 수북이 쌓여 나무 꼬챙이로 숯의 일기를 쓴다 모든 것은 살아남은 것의 역사 뜨거운 열기와 희뿌연 연기와 땀과 기침과 눈물이 버무려져 씩씩거리는 숯의 뜨거운 숨만 가쁘다 2019년 『두레 문학』하반기 호에서 [출처] 숯의 일기 / 심우기|작성자 한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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