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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요컬럼 : 아이의 꿈도 데려가 주세요
작성자 skngo
등록일 2009-04-15
조회수 4100
아이의 꿈도 데려가 주세요

(최영선 전 사묵국장)

[2009-04-15 오후 12:22:00]
  
  
경기도교육감 선거가 4월 8일 있었다. 김상곤 당선자는 야권단일후보로 ‘명박산성’을 무너뜨린 장본인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요즘 단연 화제다. 12.3%의 저조한 투표율로 무리한 분석이 아닌가 싶지만, 분명한건 이명박식 교육정책에 대한 회의 분위기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부자든 빈자든 공교육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나보다.  

사교육은 학원만 있는게 아니다. 불안한 공교육의 불신으로 학원가가 성행한다고 하지만, 한없이 부실한 공교육은 지역아동센터와 공부방의 존재감을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학원이 경쟁사회에서 아이를 좀더 똑똑하게 만들려는 부모들의 염원이 있다면, 공부방은 낙오를 막는 교육불평등을 완화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불평등 정도가 아니라 생존불평등의 완화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공부방은 빈민촌의 탁아운동부터 시작됐다. 공장이나 일용직으로 일하러 나가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끼니를 걸러야 하고 학습은 커녕, 함께 놀 친구조차 없이 집에서 홀로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이들끼리 집에 있다가 화재가 발생, 죽는 사건도 있지 않은가. 부모를 대신해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공부방 이야기가 60·70년대 이야기로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 한강이남, 재개발·재건축이 활발해서 몇년만에 가보면 길을 못찾을 정도로 변화하는 송파에도 있다. 그곳은 ‘송파꿈나무학교’다. 문정동 개미마을 비닐하우스 촌에서 출발한 꿈나무학교는 2000년 설립했다. 1999년 117가구가 전소된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을 복구하기 위해 참여한 주거·종교·시민단체(주거연합, 위례시민연대, 강남향린교회,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등)가 힘을 합쳐 송파구 비닐하우스촌에 방치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아동보호시설이다.

개발의 끝에 몰린 주민들은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지만 아이들만은 희망을 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돈벌이를 미루고 노동에 참여할 정도였다. 개소식날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은 컸다. 부모가 늙는 속도에 비해 빠르게 성장해서 청소년시기를 거치고, 어렵게 대학도 진학한 친구가 있다. 가난하지만, 비록 부모가 아프고 혹은 죽었지만 일찍 집을 뛰쳐나가 ‘돈’을 벌겠다던 아이들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약속, 이웃들의 관심, 교사들의 따뜻한 격려로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모습은 아무것도 한일 없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뿌뜻한 세월이었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고, 주민들은 하나둘 집을 비워야 했다. 재개발이 시작됐고 인근주택가로 이사하거나 임대아파트로 입주하고 있다. 교육공동체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줬던 송파꿈나무학교는 재개발로 인해 문정동 일반 주택가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주민과 함께 임대아파트로 가서 아이들의 교육을 이어가야 할 지역공부방은 공간을 배정받지 못했다.  SH공사측에서는 주거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주대책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관악구에 있는 두리하나공부방의 경우, 임대아파트 내에 이전해 아이들이 계속해서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4월 15일 주민들은 SH공사 앞에서 집회를 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의회에 문정도시개발지구내 아동보호시설(송파꿈나무학교)이전대책 수립에 관한 청원서도 제출할 계획이다. 임대아파트로 이주해서 안정적인 주거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일용직, 비정규직 직업전선에서 일해야 하는 빈곤층이다. 그들이 자녀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송파꿈나무학교’가 주민의 공간으로 들어오도록 하기 위해서다.

1986년과 1988년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 시내의 주거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정착하지 못한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이 자연스럽게 문정2동 350번지 일원에 집단거주촌을 형성한 송파비닐하우스촌. 전기없이 물없이 지내다가 주민의 힘으로 생존권을 찾아가고, 주소지도 찾고, 주거권도 찾았다.

그러나  아이들의 ‘꿈’은 보장받지 못했다. 주민들이 임대아파트로 이주할 수 있게 된건 참 잘된 일이다. 하지만 정말 간곡히 부탁하건데 아이들의 꿈도 함께 이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009년 4월 15일 7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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