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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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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촌, 장지마을 문을 닫습니다 세부내용 목록
제목 비닐하우스촌, 장지마을 문을 닫습니다
작성자 skngo
등록일 2009-03-27
조회수 4197

[2009-03-25 오후 1:41:00]
  
    
송파가 변했다. 한강이남에서 비닐하우스촌이 많기로 유명했던 문정동 장지지구가 번듯하게 변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표현은 이곳에 쓰는 게 적당하리라. 그 많던 빈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난 3월 22일은 장지마을 가이주단지 해단식이 있었다. 2년 반 동안 물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6가정은 갈곳을 잃은채 살고 있었다. 얼마전 임대아파트로 이주해서 주거안정을 찾은 6가정을 축하하러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아직도 재개발로 인한 철거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이 손님의 대부분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가이주단지라고 하면 독자들은 뭔가 번듯한 주택을 상상할지 모르겠다. 2년 전 한겨울 개발을 앞두고 비닐하우스촌 장지마을은 강제철거당했다. 주민이 갈곳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은 보상금을 받아 떠났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더 많은 보상금을 원하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가면서도 끝까지 남았다. 보상금 가지고서는 주변에 비닐하우스촌에서 살던 수준의 생활조차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하는건 돈이 아니고 주거안정이었다. 그것도 최소한의 주거공간 말이다.

떠나는 자에 대한 원망도 못하고 그저 추위에 벌벌떨면서 살다가 마지막 철거를 당했다. 생활집기들이 버려진 재활용처리장 바로 그곳이 공교롭게도 가이주단지가 됐다. 단지랄 것도 없다. 동부간선도로  밑에 콘테이너 박스를 이어서 방을 만들었다. 비닐하우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공사를 하고 주거권실현을위한 국민연합과 비닐하우스주민연합이 지원했다. 입소하던날, 정말 추웠다. 집기도 없었지만 물도 나오지 않았다. 자치단체에서는 최소한 철거하지 않는 정도만 봐주고 있는 셈이었다. 그때만 해도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평균연령이 높아서 더이상 수입도 없는 주민이었지만 또다른 재개발지역의 주민들의 주거권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야했다. 그리고 22일, 해단식을 했다.

봄날이었으나 그래도 도로 밑이라 쌀쌀했다. 비닐하우스촌에 거주하던 주민들의 자녀들이 참여하는 무지개빛 청개구리 밴드가 노래하고 축하객들은 박수를 쳤다. 막걸리 한잔에 그간 시름을 잊었다.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3월 20일은 용산참사 2개월 되는 날이었다. 죽은 자는 있으나 죽인 자는 없는 사건이요, 이것이 앞으로 진행될 도심재개발의 암담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발? 누가 그 개발을 원하지 않겠는가. 도로 좋아지고 건물 번듯해져서 나쁠 것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가난한 자는 설땅을 잃고 쫓겨나야 하고, 지역공동체가 깨져 뿔뿔히 흩어져야 하는 개발은 막아야 한다. 가난한 자는 죽어서라도 도심을 떠나야 한다면 개발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말이다.

장지마을 6가정중 한가정만 빼고 모두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보상금 운운하던 오해도 벗었다. 하지만 관리비 감당이 쉽지 않다. 같은 돈으로 잘나가는 송파지역에서 비슷한 여건의 집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다면서 위안해보지만, 임대아파트조차 가난한 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길고 지루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함께 견디고 고통을 나누고 끊임없이 주거권보장을 주장해왔던 많은 이들의 노고로 인해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발, 더 바라지도 않는다. 그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그만큼만 삶을 유지하고 그정도로만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가난한 자도 부자인자도 늙은자도 어린 자도 함께 살아야 도심공동체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잘나고 부자인 사람들만 살아야 하는 이놈의 도심재개발. 이제는 번듯한 길도 번듯한 건물에 대한 유혹도 귀찮다.


<최영선 국장>

위례시민연대 사무국장 / 마돈나, 결혼을 인터뷰하다’저자 / 천호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 /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 / 강동장애인통합부모회 운영위원 /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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