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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용산참사는 천호동의 미래다 세부내용 목록
제목 수요칼럼= 용산참사는 천호동의 미래다
작성자 skngo
등록일 2009-02-13
조회수 4011
[2009-02-11 오후 1:21:00]
    

용산참사가 남의 일? 돈을 더 받아내려고 욕심 부리다 목숨까지 잃었다? 왜 격하게 화염병을 던졌냐? 재개발 현장에서 반복되는 집회와 강경진압, 물리적인 충돌과 뉴스보도, 70년대 이후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우리사회의 문제다. 우리는 어쩌면 성장을 위한 성장통쯤으로 가볍게 넘겨왔던 것은 아닐까?

천호동뉴타운도 예외는 아니다. 뉴타운지구로 지정해달라는 서명용지를 들고온 분께 “우리는 뉴타운 반대합니다”라고 말했더니 요즘 유행하는 ‘사이코패스’보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천호동 지역의 주민들은 과연 개발이익을 볼 수 있을까? 80% 이상이 세입자인 천호2동의 뉴타운지구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가서도 비슷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보상을 받고 떠날 수 있을까? 이건 망상이다. 60,70년대 개발이익으로 부자된 소수의 부자들이 심어준 헛된 비전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뉴스에서 보고 있다.

용산의 주민들은 몇달 전만 해도 장사를 하던 분들이었다. 호프집이나 복집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리던 보통의 자영업자였다. 권리금이며 보증금 인테리어비 등을 들여 장사를 시작했던 분들이 고작 투자비의 반도 안되는 보상을 받고 쫓겨났다. 정부가 나서서 주민의 억울함을 들어보기는 커녕 용역업체와의 전쟁을 부추겼다. 생계에 위협받는 주민이 저항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고 불법으로 물대포 쏘고, 위협하고 주먹다짐하는 용역업체는 처벌조차 하지 않으니 개발앞에 짓밟히는 것은 건물주를 제외한 서민뿐.

만약 당장 내가 이런 일로 밟혔다면 꿈틀거리지 않고 기꺼이 보따리 싸서 나갈 수 있었겠는가? ‘저항’은 본능에 가깝다. 처음에는 억울하게 쫓겨나는 데 대한 분노였겠지만 이들이 망루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무도 이 억울함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요, 경찰은 용역의 편에 서 있으니 주민은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있었겠는가? 주먹이 법보다 가까운 현장은 바로 재개발 현장이다.

용산만 예외였을까? 용산은 천호동의 미래다. 재개발이 시작되면 건물주나, 땅주인은 개발이익을 얻고 건축업자는 신이 난다. 몇번씩 거래가 거듭되면서 몇몇은 돈을 벌고, 그저 터 잡아 근근히 살아오던 세입자들은 쫓겨난다.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수준을 넘어 이웃들과 생이별을 할 뿐 아니라 삶의 동선까지 흐트러진다. 보상이 턱없이 작아 저항을 할라치면 목숨을 내걸고 거대한 정부와 싸워야 한다. 보상금을 더 챙기려는 욕심이라는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한다. 소수의 부자였던 이들은 고상하게 앉아서 돈을 벌고, 가난했던 사람들은 각종 ‘불법’의 낙인이 찍힌다. 이것이 바로 재개발의 법칙이다.

2월 14일은 용산참사 관련 범국민 추모대회가 있다. 건물 밑에 매트리스도 깔지 않고 죽음을 방관한 정부는 살인정부다. 아니, 개발과 성장을 추억하며 ‘개발’이라 하면 물불가리지 않고 환호하던 우리사회가 살인사회인지도 모르겠다. 천호동도 가까운 미래에 짐보따리를 싸야한다. 따라서 강동지역의 주민은 용산참사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만으로는 안된다. 왜, 도대체, 재개발의 법칙은 수십년이 지나도록 반복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혹시 성장과 개발의 망상에 우리가 젖어있는건 아닌지. 먹고살기 바쁘니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용산의 주민도 먹고살기 바쁜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이웃이었다.

순환되는 재개발의 법칙의 고리를 끊고 싶다. 솔직히 천호동의 미래라고 생각하니 두렵기도 하다.

<최영선 국장>
위례시민연대 사무국장 / '마돈나, 결혼을 인터뷰하다’저자 / 천호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 /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 / 강동장애인통합부모회 운영위원

사회복지사

2009년 2월 11일 7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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